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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 – Songs Of Innocence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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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No Line On The Horizon] 이후 곧 발매할 것처럼 보였지만 계속 미뤄졌던 유투(U2)의 새 앨범은 5년 만에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다. [Songs Of Innocence]라는 타이틀은 영국의 낭만주의 화가 윌리엄 블레이크(William Blake)의 1789년 작품에서 가져왔다.

총 11곡이 수록된 새 앨범은 지난 9월 9일 애플의 신제품 발표 현장에서 깜짝 공개하여 화제를 모았는데, 무엇보다 놀라웠던 것은 새 앨범의 모든 곡을 아이튠즈 스토어에서 무료로 배포했다는 사실이다.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밴드’와 ‘혁신적인 기업’이 손을 맞잡고 펼친 통 큰 이벤트에 대한 반응은 뜨거울 수밖에 없었다. 한편, 음원으로 먼저 공개된 [Songs Of Innocence]는 10월 13일 음반(CD, LP)으로도 정식 발매되었다.

뉴욕 펑크 씬의 대부 조이 레이먼(Joey Ramone)을 향한 감사와 경의가 담긴 톱 트랙 “The Miracle (Of Joey Ramone)”, 시간을 되돌린 듯한 보노(Bono)의 보컬이 더없이 반가운 “California (There Is No End To Love)”, 첫 싱글로도 손색없었을 “Volcano”, 보노가 과거를 회상하며 노랫말을 쓴 “Raised By Wolves” 등은 호소력이 넘친다. 데인저 마우스(Danger Mouse), 라이언 테더(Ryan Tedder), 폴 엡워스(Paul Epworth)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 중인 핫한 인물들을 프로듀서로 영입한 결과도 성공적이다. 어느덧 결성 40주년을 바라보고 있는 밴드가 발표한 ‘역동적이고 도전적인 앨범’은 예상치 못한 감동과 흥분을 가져다준다.

Slipknot – 5: The Gray Chapter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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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제목에 ‘Gray’가 있다. 미국의 헤비메탈 그룹 슬립낫(Slipknot)의 창단 멤버인 폴 그레이(Paul Gray. 베이스)의 성이다. 2010년 폴의 죽음은 갑작스러운 비보였다. 지난해 조이 조디슨(Joey Jordison. 드럼)까지 빠지면서 슬립낫은 또 한번 휘청거렸다. 정확히 말하면 그렇게 보였다. 그러나 나머지 멤버들은 곧 제자리로 돌아와 제역할을 다했다. 거의 6년 만에 나온 신보이자 다섯 번째 정규 앨범에서 슬립낫은 여전히 대중을 윽박지르고 위협하고 있다. 멤버 명단에 변화가 생기고 공백기가 다소 길어진 것만 빼면 별로 특기할 게 없을 정도다.

그룹의 빈 자리 두 곳을 누가 채웠는가, 그래서 음악에 어떤 변화가 생겼는가, 하는 것이 신보를 둘러싼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는데, 결론적으로 이 질문들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나머지 멤버들이 새로운 공식 멤버를 영입하지 않은 상태에서 신보 작업을 진행해 슬립낫 특유의 성향이 그대로 유지됐기 때문이다. 그저 활동 초기의 파괴력과 [Vol.3 (Subliminal Verses)](2004)부터 부각된 멜로디가 어우러지면서, 그룹의 새로운 걸작이 탄생했을 뿐이다.

구심점은 역시 코리 테일러(Corey Taylor. 보컬)의 목소리다. 다양한 테크닉이 가능한 그의 ‘광대역’ 보컬은 작품의 기승전결을 완성하는 가장 중요한 도구다. 코리의 목소리가 뿜어내는 강력한 카리스마 덕에 모든 수록곡들이 앨범의 하이라이트가 된다. “The Devil In I”의 역동적인 흐름이든, “Custer”의 노골적인 폭력성이든, 모든 감상 포인트가 그의 절창을 통해 선명해진다. 두 멤버들의 공백을 느낄 수 없는 결정적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지금처럼 코리가 건재하는 한, 슬립낫은 계속 ‘무적’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Jessie Ware – Tough Love (2014)

Jessie Ware_Tough Love

데뷔 이후 한동안 제시 웨어(Jessie Ware)의 이미지는 고급스러운 알앤비 창법과 몽환적인 일렉트로니카 사운드로 정리되곤 했다. 디스클로저(Disclosure)와 섭트랙트(SBTRKT)의 일렉트로닉 음악에 목소리를 실은 것도 그렇고, 2012년 데뷔 앨범 [Devotion]의 성향도 그렇고, 여러 모로 제시의 목소리는 컴퓨터 사운드와 공생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제시의 이미지메이킹에 큰 역할을 한 첫 앨범은 프로듀서 데이브 오크무(Dave Okumu)의 기호가 작용한 결과였다. 만약 데이브가 제시의 음악을 덜 주물렀다면 어땠을까? 이에 대한 답이 제시의 두 번째 앨범 [Tough Love]에 그대로 나와 있다.

이 앨범에서 데이브의 역할은 소수의 곡에 한정되어 있다. 그 대신 벤젤(BenZel)이 첫 싱글 “Tough Love”를 감독하고, 싱어송라이터 에드 시런(Ed Sheeran)이 “Say You Love Me”에서, 미구엘(Miguel)이 “You & I (Forever)”에서 작곡자로 참여하는 등 여러 음악인이 제시의 작업에 참여했다. 묘한 일렉트로닉 사운드보다 꾸밈 없는 알앤비, 소울의 비중이 높아졌다. 그 결과 [Devotion]에서 다양한 사운드 효과에 엮여 있던 제시의 목소리가 선명해진 것은 물론 보컬리스트의 이미지가 한층 더 뚜렷해졌다. 음악의 중심이 분위기에서 보컬 사운드로 이동하면서 제시의 존재감도 커졌다. 그런 면에서 이번 두 번째 앨범은 제시의 또 다른 처녀작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음악적인 차이와는 별개로, 사랑의 아픔과 환희를 너무나 잘 아는 듯한 제시의 목소리는 여전히 관능적인 아우라를 발한다.

Jessie J – Sweet Talker (2014)

제시 제이(Jessie J)가 삭발을 하고 새 앨범을 낸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또 새 앨범이 나왔다. 지난 앨범 [Alive](2013)의 미국반을 새로 만들려다가 아예 새 앨범을 만들었다니 뭐 그런가 보다, 싶기도 하지만 [Alive]가 1년 만에 묻힌 거라고 생각하면 분명 아쉬운 구석이 있다. 무엇보다 최근 작업 트렌드에서 1년이라는 시간은 새로운 음악을 고민하고 만들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아니기 때문에, 신보에 대한 기대치는 그만큼 커지기 힘들다.

제시 제이의 세 번째 앨범은 [Alive]의 연장선, 다시 말해 데뷔 앨범 [Who You Are](2011)의 연장선에 있다. 여러 모로 그렇다. 이미 영국의 대표 가수로 자리한 주인공의 가창력과 창법은 물론, 팝의 기조 위에 알앤비와 소울과 힙합을 섞는 스타일도 그대로다. 아리아나 그란데(Ariana Grande), 니키 미나즈(Nicki Minaj)가 함께한 히트 싱글 “Bang Bang”부터 유명 DJ 디플로(Diplo)가 감독한 “Sweet Talker”나 린지 스털링(Lindsey Stirling)의 바이올린 연주가 들어간 “Loud”까지, 대부분의 노래에서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 시장을 염두에 둔 히트 공식을 엿볼 수 있다. 실제로 앨범 발매 직후 대중의 반응은 꽤 쏠쏠했다.

그러나 외부 작곡가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음악적 기시감이 나타난다는 점에서 이 앨범은 또 다른 숙제를 낳는다. 제시에게 바랄 수 있는 음악은 이게 전부일까,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그를 향한, ‘노래 잘하는 가수’ 이상의 기대치는 여전히 높다. 그나마 데뷔 앨범이 나온 지 아직 3년 밖에 안 됐다는 사실이 작은 위안거리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