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시 제이(Jessie J)가 삭발을 하고 새 앨범을 낸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또 새 앨범이 나왔다. 지난 앨범 [Alive](2013)의 미국반을 새로 만들려다가 아예 새 앨범을 만들었다니 뭐 그런가 보다, 싶기도 하지만 [Alive]가 1년 만에 묻힌 거라고 생각하면 분명 아쉬운 구석이 있다. 무엇보다 최근 작업 트렌드에서 1년이라는 시간은 새로운 음악을 고민하고 만들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아니기 때문에, 신보에 대한 기대치는 그만큼 커지기 힘들다.
제시 제이의 세 번째 앨범은 [Alive]의 연장선, 다시 말해 데뷔 앨범 [Who You Are](2011)의 연장선에 있다. 여러 모로 그렇다. 이미 영국의 대표 가수로 자리한 주인공의 가창력과 창법은 물론, 팝의 기조 위에 알앤비와 소울과 힙합을 섞는 스타일도 그대로다. 아리아나 그란데(Ariana Grande), 니키 미나즈(Nicki Minaj)가 함께한 히트 싱글 “Bang Bang”부터 유명 DJ 디플로(Diplo)가 감독한 “Sweet Talker”나 린지 스털링(Lindsey Stirling)의 바이올린 연주가 들어간 “Loud”까지, 대부분의 노래에서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 시장을 염두에 둔 히트 공식을 엿볼 수 있다. 실제로 앨범 발매 직후 대중의 반응은 꽤 쏠쏠했다.
그러나 외부 작곡가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음악적 기시감이 나타난다는 점에서 이 앨범은 또 다른 숙제를 낳는다. 제시에게 바랄 수 있는 음악은 이게 전부일까,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그를 향한, ‘노래 잘하는 가수’ 이상의 기대치는 여전히 높다. 그나마 데뷔 앨범이 나온 지 아직 3년 밖에 안 됐다는 사실이 작은 위안거리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