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보관물: Live Acts

Mr. Big 내한공연 : 안타까움과 기쁨이 교차한 감동의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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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2014년 11월 2일(일) 오후 6시

장소: AX-KOREA

미스터 빅이라는 밴드의 탄생은 그 자체만으로 당시에는 화제가 되기에 충분했다. 특히 1980년대부터 록 음악계의 동향에 대해 통달했던 사람들이라면 에릭 마틴(Eric Martin), 폴 길버트(Paul Gilbert), 빌리 시헌(Billy Sheehan), 팻 토피(Pat Torpey)의 결합 그 자체가 ‘슈퍼 밴드의 탄생’임을 직감했었을 것이다. 에릭은 자신의 솔로 밴드로서, 폴은 레이서 엑스(Racer-X)와 카코포니(Cacophony)로서, 빌리는 탈라스(Talas)와 데이빗 리 로스(David Lee Roth)밴드로서, 팻은  80년대 여러 팝스타들의 라이브 세션이자 임펠리테리(Impellitteri)의 [Stand In Line](1988)앨범의 라인업으로 이미 매니아들에게 실력을 인정받은 인물들이었으니까. 마치 하드 록 버전의 아시아(Asia: 1970년대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들의 대표 멤버들이 모여 결성된 1980년대의 슈퍼그룹)라고 표현해도 될 이 쿼텟은 그 기대에 걸맞게 화려한 연주 테크닉 속에 대중적 멜로디 라인도 확실하게 담아내는 ‘중도의 미학’을 선사하며 지난 25여년을 록 씬에서 꾸준히 활동해왔다. 게다가 굳이 하드 록 팬이 아니더라도 1990년대 초반 이들이 발표했던 “To Be With You”나 “Wild World(캣 스티븐스(Cat Stevens)의 커버곡)”과 같은 정갈한 어쿠스틱 록 트랙들은 국내에서 꾸준히 FM전파를 타면서 대중의 사랑을 받았기에 이들의 그간의 내한공연들은 언제나 꾸준한 관객을 동원했고, 적절한 흥행을 기록했었다.

그런데, 이번 내한의 경우는 공연 전부터 많은 미스터 빅의 팬들에게 걱정과 우려의 기운이 맴돌았다. 바로 드러머 팻 토피가 파킨슨 병을 앓고 있고, 과거와 같은 정상적인 드러밍이 어렵다는 올해 7월 발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공연 전부터 이미 공연용 드러머로서 매트 스타(Matt Starr : 근래에는 키스(Kiss) 출신의 기타리스트 에이스 프레리(Ace Frehley)의 밴드 드러머로 활약중)가 투어에 함께 한다는 공지가 나왔고, 팻도 투어에 함께 한다는 소식도 같이 전해졌다. 그렇기에 개인적으로도 과연 팻이 무대 위에서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 지 걱정과 궁금함을 동시에 담은 마음으로  공연장으로 향했다.

한국의 일요일 저녁 공연 시간이 평균 7시 정도임에 비해 (팻이 일찍 휴식과 취침을 하려는 배려인지는 모르나) 1시간이나 일찍 시작시간이 잡혀있어서 정말 허겁지겁 공연장에 도착해보니, 악스 코리아의 내부에는 이제 막 첫 곡이자 이들의 투어에서 변함없는 인트로 송이 되어버린 “Daddy, Brother, Lover & Little Boy”가 연주되고 있었다. 변함없는 폴 길버트의 스피디하고 자유분방한 연주와 과거보다는 고음역에서 조금 힘겨워하지만 대체로 자신의 가창력을 유지하고 있는 에릭 마틴의 목소리, 그리고 이제는 ‘베이스의 도인’다운 풍모와 함께 무시무시한 테크닉을 선사하는 빌리 시헌은 다 그대로였지만, 역시나 드럼 자리에는 팻 대신 매트가 앉아있었다. 매트의 연주는 당연히 훌륭했지만, 팻이 없는 빈자리를 느끼며 공연을 관람한다는 것은 분명히 어딘가 아쉬움과 슬픔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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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초반부 몇 곡을 끝낸 후부터 팻이 무대 위에 등장했다. 그러나 그를 위해 원래 드럼 세트 옆에 작은 미니 드럼 세트가 놓여지고, 그는 주로 탬버린 연주를 하면서 멤버들의 연주와 에릭의 보컬에 화음을 넣고 코러스를 함께 했다. 결국 현재 팻의 건강 상태로는 복잡한 테크닉의 드러밍은 이미 불가능한 상황임을 확인할 수 있었던 셈이지만, 그래도 이렇게 함께 투어를 다니면서 한 밴드의 멤버로서 동료들과 함께하는 의지, 그리고 그를 위해 최선의 배려를 아끼지 않는 나머지 멤버들의 모습은 너무나 기쁘고 감동적인 것이었다. 팻 역시 드러밍에 대한 의지가 여전히 강하기에, 중반의 두 곡 – “Just Take My Heart”, “Fragile”, 그리고 앙코르 시간의 마지막곡이자 그룹 송인 “Mr. Big”에서는 직접 드럼 세트로 올라가 드럼 연주를 보여주는 감동적 장면을 연출했다. (이 곡들의 드럼 연주가 타 곡들에 비해서는 꽤 간단한 리듬이기에 가능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공연의 레퍼토리는 대체로 최근작인 8집 […The Stories We Could Tell]과 2008년 원년 멤버 재결합 후 처음 발표했던 7집 [What If]의 비중이 1/3, 그리고 나머지 과거 대표곡들의 연주가 2/3를 차지했다. 20년간 그들이 쌓아온 주옥같은 레퍼토리들이 계속 연주되었고, 폴과 빌리의 기타-베이스 듀얼은 물론, 각 멤버들의 솔로 연주 시간까지 전체적으로 공연은 매끄럽고 무난하게 흘러갔다. 특히 이들은 라이브에서는 항상 앙코르 시간에 “파트를 바꿔 연주하기” 쇼를 한 곡 보여주는데, 이 날 공연에서는 주다스 프리스트(Judas Priest)의 “Living After Midnight”을 팻이 보컬, 폴이 드럼, 빌리가 기타, 에릭이 베이스를 맡아 연주하며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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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2시간을 꽉 채운 공연 속에서 미스터 빅은 언제나 그들이 보여줄 수 있는 최상의 무대를 펼쳐보여주었다. 오랜만에 다시 1990년대로 되돌아간 기분을 느낄 만한 무대였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도 그랬고, 지금의 마음도 편하지 못한 것은 파킨슨병의 성격상 앞으로 팻의 모습을 보기가 더 어려워 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계속 맴돌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미스터 빅이 계속 활동을 이어간다면 다음 내한공연부터는 팻이 아예 내한하지 못하는 공연을 보게 될 것 같다는 상상을 할 수록 슬픔이 밀려오는 건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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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엑세스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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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우 기타 콘서트 – 기타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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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2014년 10월 26일 (일) 오후 8시

장소: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1980년대 중반 조동익과 함께한 포크/퓨전 그룹 ‘어떤 날’로 출발해 그 후에는 솔로 어쿠스틱/클래식 기타 뮤지션으로서, 그리고 1990년대 유학생활 이후에는 영화음악 전문 제작자로서 그 명성을 지속해왔던 이병우가 1년만에 음악 팬들과 소통하기 위한 공연을 개최했다. 그는 2003년 정규 5집 [흡수]를 내놓은 후부터 1년에 한 번씩은 꾸준히 공연을 개최해왔고, 그것이 솔로 기타 콘서트였건, 아니면 밴드나 오케스트라를 대동한 콘서트였건 자신의 현재를 공연을 통해 보여주는 방식으로 영화 음악 OST 외에 그의 독집이 나오지 않는 것에 대한 팬들의 아쉬움을 달래왔다. 그렇지만 이번 공연에는 이전과는 다른 반가운 소식이 함께 찾아왔다. 바로 11년만의 정규작인 6집 [우주기타]의 내용물이 다 완성되었고, 올 연말 안에는 공개하겠다는 계획을 알렸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번 공연을 통해서 그가 얼마만큼의 신곡을 들려줄 것인지, 그리고 그가 만든 수많은 영화 음악들 가운데 어떤 음악을 들려줄 지에 대해 기대감을 갖고 공연장으로 향했다.

공연장은 1층이나 2층이나 그리 빈 자리가 없을 만큼 많은 관객들이 모여들었다. 그리고 꽤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들이 삼삼 오오 함께 공연장을 찾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남성관객들보다는 여성 관객들이 조금 더 많은 편이었지만. 일단 그는 공연 무대의 공간을 세 부분으로 정갈하게 나눠놓았음을 공연전 무대를 보며 확인할 수 있었다. 가운데에는 그가 기타를 들고 솔로로 연주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고, 관객들이 보기에 그의 왼편에는 스트링 중심의 오케스트라가 배치되고, 오른 편에는 밴드가 배치되는 형식을 취했다. 이를 바탕으로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이병우는 어느 순간에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로서 연주자들을 통제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기타 연주를 그 위에 얹기도 하고, 한편으로 밴드와 함께 연주해야 하는 순간에는 보조 기타(염승재)-베이스(소은규)-키보드(홍준호)-드럼(조성수)와 함께 퀸텟의 일원으로서 완벽한 팀워크를 선사했다.

공연의 전반부는 이번 공연의 타이틀 대로 앞으로 발매될 정규 6집  [우주기타]에 담길 새 작품들이 주로 연주되었다. “거꾸로 매달린 바다”, “Grand Tour”, “Adventure”, “Polar Bear”, “작은 우주” 등이 그 노래들이었다. 그는 특히 자신이 직접 기타를 디자인, 제작하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그는 이번 공연에서 역시 두 대의 기타가 앞뒤로 붙어있는 자신의 고유한 기타를 활용해 연주를 했고, 또한 기타바와 이펙터를 활용해 팻 메스니(Pat Metheny)의 기타 신시사이저 연주와는 또 다른 기묘한 소리 변조의 매력을 들려주기도 하고, 부메랑 이펙터(연주를 즉석에서 녹음해 반복시키는 장치)를 활용해 드럼, 베이스 소리와 흡사한 리듬을 즉석에서 만들어 자신이 연주한 소리로만 몇 겹의 음을 쌓아 한 곡을 완성해내는 진짜 ‘원 맨 밴드’ 연주를 들려주기도 했다.공연의 중반부에는 윤건이 게스트로 등장해 그가 작곡한 영화음악 ‘장화,홍련’의 삽입곡, 그리고 그가 1991년 작곡자이자 제작자로 참여했던 양희은의 대표곡 “사랑, 그 쓸쓸함에 관하여”를 노래했다.

후반부는 역시 2000년대의 그의 커리어에 걸맞게 그가 작곡했던 영화 음악들은 오케스트라와, 또는 오케스트라+밴드의 포맷으로 진행되었다. 그가 큰 애정을 갖고 있고 초창기에 참여한 애니메이션 ‘마리 이야기’의 “Prologue”를 시작으로 김혜자의 열연으로 기억되는 영화 ‘마더’의 도입과 엔딩 장면에서 큰 인상을 남겼던 곡인 “춤”, 영화 ‘일번지의 기적’에 나왔던 “나쁜 녀석들”, 그리고 봉준호 감독의 걸작 ‘괴물’의 OST “한강 찬가” 등이 연주되는 동안 영화의 장면들이 무대 뒤 스크린에 상영되었고, 이를 통해 영화를 감상할 때에는 주의깊게 듣지 못하고 놓쳤던 곡들마저 이 무대를 통해 더욱 확실히 각인시키는 효과를 거두었다. 가장 최근에 그는 연말에 개봉할 새 영화 ‘국제 시장’의 음악을 담당했고, 그 속에서 중요 테마들만 먼저 맛배기로 보여주는 서비스도 제공했다. 영화의 배경음악을 먼저 듣고 더욱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되는 것, 그것 역시 이런 콘서트가 아니면 맛볼 수 없는 색다른 즐거움이었다.

그는 공연 중간에 어떤 면에서는 매우 ‘썰렁한’ 농담들을 던지며 분위기를 ‘가라앉혔다.’ 사실 그것은 팬들과의 간격을 좁히는 하나의 전략이라는 생각도 들었고, 그런 면에서 치밀한 뮤지션이기 전에 한 명의 순수한 인간으로서의 이병우를 만날 수 있었던 것도 이번 공연의 즐거움이었다. 마지막 앙코르 곡으로 그는 (조금은 뜬금없게도) “애국가”를 그의 기타 솔로로 연주하고 조용히 무대를 떠났지만, 가을 비가 내리던 10월의 일요일 밤은 이미 그가 들려주는 아름다운 선율로 촉촉히 젖어 있었다.  (김성환)

Perfume FES!!! 2014 in Seoul with Maximum The Hormone

 Idol/Electronic팬들과 Metal팬들의 경계를 허물었던 기념비적인 라이브 이벤트

일시: 2014년 10월 12일 (일) 오후 7시 / 장소: AX-Korea

f0e8ce50278a693590d00869fa0f1f812012년 초 4집 [JPN] 발매 때부터 퍼퓸이 일본 내에서 유니버설 뮤직과 세계 시장 배급 계약을 맺으면서 한국에서도 처음 정식으로 그들의 음반과 음원을 만나게 된지 2년이 지났다. 그 시간동안 그들은 지난 2012년 하반기에 가졌던 첫 단독 내한공연, 그리고 2013년 6월 있었던 울트라 뮤직 페스티벌 무대를 통해 확실히 음지에서 그녀들에게, 프로듀서 나카타 야스타카 특유의 서구적 감각에 근접한 일렉트로닉 팝에 빠져들었던 이들을 수면으로 끌어올렸다. 그리고 2014년, 퍼퓸과 소속사 아뮤즈는 작년 5월~6월에 일본 내 도쿄, 나고야, 오사카에서만 열렸던 퍼퓸과 타 아티스트들과의 ‘(공연 시간을 분할하고 콜라보레이션도 선보이는) 합동 콘서트’인 [Perfume FES!!](당시 명칭은 Datta’n’jake: Sasurai no Men Kata Perfume Fes!! 였다)의 2014년 새 투어에 한국 서울 공연을 포함시켰다. 그것도 일본 내의 일정에서 나온 팝/아이돌/R&B, 힙합 계열 아티스트가 아닌, 작년 페스트에서 가장 화제를 모았던 헤비메틀 밴드 맥시멈 더 호르몬(Maximum The Hormone)과 함께!! 물론 한국 팬들은 그들을 지난 2012년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에서 만나 봤던 적이 있으나, 과연 이 서로 완벽하게 상이한 장르를 구사하는 두 밴드의 무대를 한 공연장에서 함께 본다는 느낌이 어떨까..라는 생각만으로 공연장으로 가는 기분은 미묘할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세월호 침몰 사건이라는 비극으로 인해 원래 이 행사가 기획되었던 4월 공연이 취소가 되는 아픔을 겪었음에도 아티스트들의 의지로 이 공연이 6개월 뒤에 이렇게 치뤄질 111수 있다는 것은 이들의 한국 팬들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큰가를 다시금 확인시켜준 사건이이도 했다.

공연장 앞에는 관람 1시간 반 전부터 거의 모든 관객들이 도착해 입장 번호에 맞게 줄을 서 있었다. 지난 번 단독 내한과 달리 두 아티스트의 상이한 분위기의 사진이 위 아래로 함께 걸려 있는 현수막이 일단 반가우면서도 살짝 웃음을 짓게 만들었다. 지난 번에는 일본 팬들이 너무 과하게 참가해서 한국 팬들을 압도했던 감이 있었다면 이번에는 한국의 퍼퓸 팬들과 조용히 그들의 내한을 기다려왔던 골수 맥시멈 더 호르몬의 팬들까지 총집결하여 확실히 한국팬들의 비중이 더 높아졌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6시 조금 넘은 시간부터 진행요원들은 관객들을 줄을 선 대로 입장시켰고, 공연장 안에 들어가서도 거의 40분 이상을 공연이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일단 무대 위에 밴드 세팅이 되어 있는 것에서 맥시멈 더 호르몬이 먼저 무대에 설 것임은 충분히 파악이 되었다. 그리고 공연 예정 시각이 5분 정도 경과했을 타이밍에 밴드 멤버들이 무대 위로 뛰쳐나왔다.

샤우팅 보컬과 랩을 담당하는 다이수케 한(ダイスケはん), 베이시스트 우에짱(上ちゃん), 그리고 밴드의 두 주축인 강력한 홍일점 누님 드러머 나오(ナオ)와 헤비 리프와 솔로를 책임지는 기타리스트인 남동생 막시맘 료군(マキシマムザ亮君)로 도쿄 하치오지에서 1998년 처음 조직된 맥시멈 더 호르몬은 2000년대 초반부터 인디즈MTH_700_03 씬에서 활동하면서 당시 유행하던 뉴 메틀보다는 더 헤비하면서 동시에 하드코어 펑크의 과격한 스트레이트함을 계승한 음악들로 서서히 팬층을 확보해 결국 2005년에 VAP를 통해 메이저급 데뷔를 완수했고, 그 후 일본 전역은 물론 동북아시아 골수 펑크 록/메틀 팬들에게 확고한 지지를 얻어왔다. 그리고 작년에 발표한 신작 [予襲復讐](예습복습)는 당당히 오리콘 앨범 차트 1위로 데뷔하면서 메이저 진출 9년만에 역시 아이돌 음반들이 강세인 일본 음악 시장에 충격을 전해주었다. 바로 이런 오랜 경력을 통한 입지전적 성공을 자랑하는 이 밴드의 라이브는 거의 1시간 동안 3번의 멘트시간 외에는 멤버들이 타이트한 공연을 펼치며 그들보다 퍼퓸을 기대하고 공연장을 찾았던 음악 팬들까지 모두 단번에 열기 속에 뛰어들게 만들었다. 특히 2012년 펜타포트 공연에서도 느꼈던 부분이MTH_700_04지만, 단순히 스피디함과 경쾌함 자체에만 치우치지 않고 라이브 연주 내내 충실한 연주력을 보여주는 그들의 모습은 경탄할 만했다. 그러나 잠시 연주가 멈춰지고 멘트를 할 때는 팀의 맏누나 나오와 보컬리스트 다이수케 한은 준비해 온 한국어 멘트를 읽는 어설픔과 그들이 원래 공연에서 보여주는 개그 감각도 함께 선사하며 분위기를 전환시켜주기도 했다. ‘Maximum The Hormone’, ‘便所サンダルダンス(변소샌들 댄스)’, ‘え・い・り・あ・ん(에릴리언)’ 등 세트리스트 선곡은 주로 작년 발표된 최근 앨범의 수록곡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후반부의 퍼퓸 공연 때처럼 관객 통역이나 한국어 자막 같은 것은 하나도 없었지만, 이미 록 음악을 사랑한다는 에너지 만으로 밴드와 관객은 하나가 되었다. 이 밴드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고 온 관객들까지 어느덧 그들에게 몰입해가고 있는 것이 눈에 보였으니까. 밖의 한파와 상관없이 악스홀을 뜨겁게 달궈준 1시간이었다. (사진 출처: 맥시멈 더 호르몬 공식 홈페이지)

맥시멈 더 호르몬의 공연이 끝난 것이 8시 10분 정도, 그 때부터 무대 위의 스탭들은 더욱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거의 10분도 안되는 시간 동안 무대 위를 장식했던 밴드를 위한 세팅은 싹 치워졌고, 다시 10분도 안osen_20141013092804251 되는 시간동안 퍼퓸이 그들 특유의 퍼포먼스를 펼칠 무대의 세팅이 간단하게 완료되었다. 이미 2년 전에 이 곳에서 공연을 해본 경험이 있어서일까? 모든 것이 일사분란하게 진행되는 모습에 다음 무대를 기다리는 20분이 그리 지루하진 않았다. 그리고 8시 30분 경, 다시 조명이 꺼지고, 현란한 LED 스크린의 화면과 레이저 빔이 무대를 수놓았다. 바로 이 날의 두 번째 주인공, 앗쨩-카시유카-놋치, 퍼퓸의 무대가 시작된 것이었다. 2년 전 내한 공연 인트로에서 앨범에 수록되기도 전에 미리 인스트루멘틀 버전을 열심히 들었던 ‘Into The Sphere’를 부르기 위해 멤버들이 무대 위에 등장했고, 그들은 단숨에 방금 이 곳이 메틀 밴드의 공연이 있었는지를 의심하게 만들 만큼 하나의 준수한 일렉트로닉 클럽 분위기로 변화시켰다. ‘Laser Beam’과 그들의 메이저 데뷔곡 ‘Polyrhythm’까지 3연타를 선보인 후, 이들은 지난 번 공연 때와 비슷하게 앗쨩의 주도로 토크 시간을 잠시 가졌다. 지난 번 공연 때는 길었음에도 통역이 없어 조금 관객들이 애매했었던 것을 의식한 것인지, 이번에는 (토크에서는 일본에서도 항상 말이 많은 편인) 앗쨩의 일본어를 즉석에서 통역해주기 위해 한국 관객이 그 역할을 담당해 주기도 했다.

그리고 항상 공연 중간에 이들이 갖는 소위 ‘P.T.A(퍼퓸 공식 팬클럽의 이름) 시간’도 공연 중반부에 이어졌다. 지난 2년 전 공연에서는 관객들을 세 그룹으로 나눠 ‘떡/볶/이’에 맞춰 구호를 따라하게 했던 그들은 이번엔 ‘크/레/용/팝’이라는 네 글자 구호에 맞춰 호응을 하게 관객들을 연습(?)시켰다. 그리고 나서 자신들이 한국 팬들을 위해 특별히 안무까지 연습하며 준비해온 크레용팝의 ‘빠빠빠’를 직접 선보였다. 예전보다 훨씬 더 한국 팬들을 배려하는 공연 진행이 돋보이는 부분이었다. 레퍼토리는 기존의 그들의 베스트도 몇 곡 선곡되었지만, 나머지 곡들에서는 근래 그들의 발표했던 [Level 3](2013) 앨범의 수록곡들과 지난 악스홀 무대에서는 선보이지 않았던 곡들을 더 많이 선곡해 한국의 퍼퓸 팬들을 만족시켜주었다. 공연 후반부의 곡들에서도 그들은 조명과 LED 영상, 그리고 레이저 빔과 그들의 안무와 노래, 이 모든 것이 종합적으로 어우러져 한국의 걸그룹들의 무대와는 차별화된 무대를 선사하며 관객들을 만족 시켰다.

[JPN] 앨범 속에 담겨 있었던 ‘My Color’ 로 일단 퍼퓸의 무대는 막을 내렸지만, 사람들이 앙코르를 외치는 건 당연한 일. 그렇기에 잠시 후에 이들은 평소와는 달리 한 명의 여성을 무대 위로 더 데리고 등장했다. 바로 맥시멈 더 호르몬의 홍일점 나오였다. 이미 작년 첫 퍼퓸 페스트에서 그녀는 퍼퓸의 요청으로 함께 ‘Chocolate Disco’의 안무를 함께 소화해 본 경험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그 대신 ‘Laser Beam’의 안무를 함께 소화하며 관객들을 즐겁게 해주었다. 나머지 멤버들과 같은 복장에 더 큰 리본을 달고 나타난 그녀는 비록 몸매는 나머지 퍼퓸의 세 멤버들과 다를지 모르지만 춤 실력에 대해서는 그녀들에게 절대 뒤지지 않았다. 사람들이 앙코르를 더 외치자, 이번에는 즉석에서 ‘Chocolate Disco’의 안무도 다시 보여주기도 했다. ‘일본에 돌아가면 자신의 3살짜리 딸에게 ‘엄마가 퍼퓸의 일원이었단다’라는 말을 꼭 하겠다는 나오의 멘트에 사람들은 박장대소하기도. 마지막으로 퍼퓸 멤버들은 한국 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메시지를 전하면서 무대에서 내려갔다.

2014091601001343200086401비록 한국의 힘겨웠던 상황 때문에 반년이 늦춰져서 진행이 되었지만, 오히려 그렇게 오래 기다렸던 덕분에 무대 위에서 연주하는 맥시멈 더 호르몬과 퍼퓸 멤버들 모두 더욱 즐겁고 기쁜 감정이 얼굴에 드러날 만큼 열과 성을 다하는 공연을 펼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관객으로서는 너무나 만족스러웠다. 관객들 역시 아이돌/일렉트로닉/댄스 팝 팬들과 펑크/메틀 팬들의 경계가 완전히 허물어지며 음악을 즐기는 것만으로 사람들은 하나로 뭉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정말 당분간 한국 내한공연에서 보기 힘들 기념비적인 라이브 이벤트였다고 생각한다.

(사진출처: 아뮤즈 코리아, 퍼퓸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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