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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M.E 필자 선정 FOREIGN POP ALBUMS BEST 20 (PART 2) (10위~1위)

1. Jack White – Lazaretto
A1P4mqP3h9L._SL1500_화이트 스트라입스로 시작해 래콘터스와 데드 웨더를 거쳐 솔로로 이어지는 잭 화이트의 커리어 속 모든 음반을 들을 때마다 희열을 느낀다. 아마도 그가 블루스와 아메리카나로 상징되는 미국 대중음악의 핵심을 현대의 청춘들에게도 와닿게 만들어준다는 점에 기인한다. 특히 이번 앨범은 그가 여태껏 보여준 음악들의 모든 장점이 한 장 안에 완벽하게 집약되어 있다. 버리지 못하는 제플린 사운드의 애정도 엿보이는 첫 트랙 ‘Three Women’부터 뭉클하게 폭발하는 블루스 연주곡 ‘High Ball Stepper’, 타이틀곡이 될 만한 자격을 갖춘 베스트 트랙 ‘Lazaretto’까지 더욱 고전적이 되어가지만 더욱 견고해져가는 그의 음악을 느낄 수 있는 음반이다. (김성환)

2. Paolo Nutin – Caustic Love
paolo-nutini-caustic-love-album-art이 앨범은 두 장의 앨범을 통해 3백만 장 이상 판매고를 올리며 영국 최고 인기 가수로 자리매김했던 파올로 누티니가 5년 만에 발표한 3집이다. 앞선 두 장의 앨범에서 복고 향취의 R&B/소울을 선보였던 누티니는 이 앨범에서 이전의 성향을 버리지 않으면서도 거기에 풍성함과 묵직함을 더해 훨씬 더 성숙한 음악을 완성시켰다. 펑크(funk) 그루브를 중심으로 때로는 6, 70년대의 매끄러운 모타운 소울을, 때로는 거친 록의 감성을 담아낸 [Caustic Love]는 그의 커리어에서 가장 힘 있는 앨범이자 자신감 넘치는 작품이다. (이규탁)

3. Royal Blood – Royal Blood
RB_PreOrderPack록 밴드가 트리오만 되어도 눈에 확 띄기 십상인데, 이 팀은 듀오다. 딱 두 명이다. 그렇다고 사운드에 여백을 허락하거나 난해한 음악을 하는 것도 아니다. 드럼과 베이스, 그리고 목소리만으로 그 어떤 트리오나 쿼텟보다 더 강력하고 화려한 음악을 선보인다. 퀸스 오브 더 스톤 에이지(Queens of the Stone Age)부터 레드 제플린(Led Zeppelin)까지, 비교 대상이 되는 그룹부터 어마어마하다. 밴드의 두 축인 마이크 커(Mike Kerr)와 벤 대처(Ben Thatcher)는 그저 즐기기 위해 음악을 했다고 역설하지만, 이들의 데뷔앨범을 듣고 그 순수한 목적을 믿어줄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다. 로열 블러드는 2014년에 나온 신인 밴드 가운데 가장 눈에 띌 뿐 아니라 2014년에 나온 하드록 앨범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결과물을 냈다. 앞으로 세계 록 음악씬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더 늘어날 것이다. 올해의 발견이다. (김두완)

4. Beck – Morning Phase
Beck-Morning-Phase[Morning Phase]는 결코 듣는이를 압도하려 하지 않는다. [Sea Change]처럼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아슬아슬한 긴장도 없다. 자연스럽고 자유로운 환경에서 만들어낸 앨범답게 [Morning Phase]는 [Sea Change]를 이어가면서도 결코 자기복제의 함정에 빠지지 않았다. 슬픔으로 가득 찼던 시절과 창작에 대한 열정에 사로잡힌 시절에 만든 앨범이 같을 수 없다. [Morning Phase]에서 벡이 영향 받은 버즈나 크로스비 스틸스 앤 내시, 그램 파슨스 또는 닐 영의 음악적 전통을 떠올릴 수 있다면 [Morning Phase]의 음악적 정수를 찾아낸 셈이다. 아니면, 깊이 있는 포크의 서정 미학을 추구한 닉 드레이크의 음악 세계를 발견했을지도 모르겠다. 어느 쪽이 되었건, [Morning Phase]가 그 자체로 아름다운 앨범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한경석)

5. Lana Del Rey – Ultraviolence
lana-del-rey-1403216007라나 델 레이의 지난 앨범 [Born To Die]에 관한 평가는 해외에서도 ‘극과 극’이었다. 아마 싱어이자 송라이터인 그녀가 음반을 통해 고전적 팜므파탈 발라드들로 구축한 캐릭터가 과연 진실한 것인지에 대해 각자 기준을 가지고 판단한 결과였다. 그러나 이 앨범을 통해 더 이상 그런 논쟁은 무의미해져버렸다. 설령 음악 속 그녀가 진짜 그녀의 자아가 아니라 해도 이미 훌륭한 ‘음악 배우’임을 이 음반으로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음울함과 퇴폐미가 흐르는 발라드 ‘Cruel World’, 마돈나보다 섹시하게 몽환적으로 속삭이는 보컬이 멋진 ‘Ultraviolence’ 등 앨범의 모든 곡에서 우리는 라나 델 레이의 탐미적 음울함의 유혹에서 헤어나기 어렵다.(김성환)

6. Manic Street Preachers – Futurology
mspALBUM몽환적인 느낌마저 줄 정도로 나른하고 가라앉은 사운드를 선보였던 전작 [Rewind The Film](2013) 이후 1년여 만에 발표한 [Futurology]에서 매닉스는 신서사이저와 키보드, 그리고 전자음악 리듬 패턴을 적극 활용하면서 강렬하고 차가운 사운드를 만들어냈다. 거기에 여전히 호쾌함을 내뿜는 제임스 딘 브랫필드의 목소리가 결합되면서 이들은 지금까지 별로 들려준 적 없던 감성의 음악을 선보인다. 다소 낯설지만 신선한 사운드를 담은 이 앨범은 데뷔 20년이 넘었는데도 일부러 쉬운 길이 아닌 가시밭길을 걸어가는 매닉 스트릿 프리처스의 ‘삐딱함’이 여전히 살아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작품이다 (이규탁)

7. Kasabian – [48:13]
Kasabian_48_playback_sleeve_600대중은 장르간 교차를 흥미롭게 받아들이면서도 한 아티스트를 하나의 장르로 규정하고 싶어 하는 경향을 쉽게 버리지 못한다. 영국 밴드 카사비안의 수장인 세르지오 피조르노(Sergio Pizzorno)는 자신의 음악이 가진 주요 3요소로 1960년대 기타 음악과 전자음악, 그리고 힙합을 꼽았지만, 카사비안 역시 하나의 록 밴드로 분류되곤 했다. 결국 카사비안의 네 번째 앨범을 통해 세르지오는 주위에서 암묵적으로 강요한 음악적 경계를 무참히 짓밟아 버렸다. 사이키델릭 록과 일렉트로닉 록을 고루 주무르는 동시에 클러버들을 전율케 할 만한 댄스 트랙 ‘Eez-eh’과 힙합 아티스트와 함께 만든 ‘Glass’까지 선보였다. 러닝타임을 앨범 제목으로 선정하는 당당함도 드러냈다. 카사비안의 그런 고집과 파격을 팬들은 마음껏 즐겼다. 이제 웬만해선 그 무엇도 이들을 막을 수 없을 것 같다. (김두완)

8. Pharrell Williams – Girl
pharrell_girl_album_cover_a_s잘나가는 프로듀서 퍼렐 윌리엄스는 여성의 위대함에 관해 이야기한 이 앨범으로 세계적인 팝스타가 되었다.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앨범을 완성해나간 퍼렐은 게스트 비중을 줄이고, 보컬에 주력했다. 2014년 최고 히트곡으로 미국에서 10주간 1위 자리를 지킨 ‘Happy’의 인기는 신드롬에 가까웠다. 자꾸 흥얼거리게 되는 멜로디는 미국을 넘어 세계를 매료시켰다. 1970년대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사운드와 수려한 멜로디, 특유의 팔세토 창법을 앞세운 ‘Brand New’, ‘Hunter’, 자유분방함이 돋보이는 ‘Come Get It Bae’ 등 퍼렐의 다재다능함을 확인할 수 있는 매력적인 팝 앨범이다. (윤태호)

9. Foo Fighters – Sonic Highway
sonichighways아주 솔직히 말하면 [Sonic Highway]는 전작(이자 개인적으로 푸 파이터스 최고의 앨범이라고 생각하는) [Wasting Light](2011)만큼의 짜릿한 에너지와 강렬함은 없다. 그러나 푸 파이터스, 그리고 리더 데이브 그롤(Dave Grohl)은 3년 만에 발매된 정규 앨범인 본작을 통해 전작과 다른 화법과 말투로 듣는 이에게 이야기를 건네고 있다. 지금처럼 ‘록이 죽어버린’ 시대가 아닌, 온 세상 사람들이 록음악에 열광하던 바로 그 시대의 감성을 재현하고자 하는 듯한 이들의 접근법은 어쩌면 ‘시대착오적’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자신들이 생각하는 진짜 록음악을 향한 이들의 굳은 의지는 충분히 감동적이다. (이규탁)

10.  Damon Alban – Everyday Robots 
bigpackshot소리의 여백이 많지만, 결코 공허하지 않다. 데이먼 알반의 첫 솔로 앨범은 블러나 고릴라즈였다면 불가능했을 미니멀한 사운드를 담아냈다. 어쿠스틱 기타와 피아노, 의도적으로 힘을 뺀 데이먼의 보컬이 어우러진 차분한 음악들은 화려하지 않아도 빛난다. 매력적인 멜로디를 만들어 내는 능력도 여전히 탁월하다. 탄자니아에서 만난 작은 코끼리를 소재로 한 ‘Mr. Tembo’는 우쿨렐레와 성가대 합창으로 생동감을 더하며, 뱃 포 래쉬스(Bat For Lashes)가 피처링한 ‘The Selfish Giant’는 아늑하고 아름답다. 거장 브라이언 이노(Brian Eno)의 참여도 큰 힘이 되었다. 데이먼은 ‘지극히 개인적인’ 솔로 앨범을 통해 기대 이상의 음악적 성과를 보여줬다. (윤태호)

2014년 M.E 필자 선정 Foreign Pop Albums Best 20 (Part 1) (20위~11위)

20. Taylor Swift – 1989
photo기본적으로 장르란 음악적 이해와 구분을 위한 척도가 되지만, 때로는 정조와 배신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올해 테일러 스위프트가 컨트리팝을 ‘버렸을’ 때, 진지한 감상에 앞서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기존에 고수해 오던 스타일을 버리고 시류에 편향했다는 비판 어린 시각도 있었다. 그러나 시류에 편향한다고 해서 무조건 형편 없는 음악을 하는 것도 아니고, 성공을 보장받는 것도 아니다. 이러한 변신 역시 가수에겐 엄청난 위험 부담으로 작용한다. 그걸 알고도 테일러는 나름대로 대담한 변신을 감행했다. 그의 다섯 번째 정규작 [1989]는 전형적인 팝 앨범이다. 테일러가 맥스 마틴(Max Martin), 셸백(Shellback), 라이언 테더(Ryan Tedder) 등 히트 전문가를 대동해 만든, 정말 ‘잘 들리는’ 신스팝 앨범이다. 테일러의 설득력 있는 목소리와 과하지 않은 음악 덕에 뻔한다는 느낌보다 매끄러운 느낌이 강하다. 2014년에 나온 수많은 작품 가운데 대중성의 미덕을 이만큼 정확하게 포착한 앨범이 또 있을까? 지금까지 나타난 압도적인 판매량이 결과물의 무던한 성격과 무시 못할 품질을 대변한다. (김두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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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 – Noel Gallagher & His Collaborations

짙은 눈썹 속에 ‘고집’이란 두 글자를 감춰놓은 것 같은 노엘 갤러거(Noel Gallagher)는 오아시스(Oasis)와 솔로 활동에 집중했을 것 같지만, 꽤 많은 뮤지션과 콜라보레이션을 했다. 특히 절친한 폴 웰러(Paul Weller)와는 공연장, 그리고 스튜디오에서 꽤 자주 호흡을 맞췄다. 당장 듀엣 앨범을 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오아시스 인기와 갤러거 형제의 싸움이 태양처럼 뜨거웠던 1995년, 노엘은 영국에서만 120만장이 판매된 폴 웰러 최고의 히트작 「Stanley Road」에 실린 <I Walk On Gilded Splinters>에서 어쿠스틱 기타를 연주했다. 그로부터 7년 뒤인 2002년에는 「Illumination」 앨범에 실린 <One X One>에서 드럼과 퍼커션, 베이스를 연주했고, 어쿠스틱 기타는 오아시스 동료인 겜 아처(Gem Archer)가 맡았다. 그리고 2008년에는 「22 Dreams」 앨범에 실린 <Echoes Round The Sun>에서 건반 악기마저 섭렵하며 거의 모든 악기를 연주하는 진기록(?)을 세우게 된다. 노엘은 폴 웰러와의 작업을 통해 만능 연주자로서의 재능을 뽐냈고, 형제만 아니라면 누구와도 사이좋게 지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노엘은 1996년 벡(Beck)의 걸작 「Odelay」에 실린 <Devil’s Haircut>의 리믹스를 맡았고, 그 리믹스 버전은 싱글 B-Side로 공개되었다. 또한 레몬헤즈(The Lemonheads)의 에반 단도(Evan Dando)와도 합작하여 <Purple Parallelogram>란 짧은 곡을 완성했지만, 앨범에는 실리지 않았다. 가장 큰 성과는 케미컬 브라더스(The Chemical Brothers)와의 작업으로 노엘이 보컬을 맡은 <Setting Sun>이 크게 히트했고, “한 곡 더”를 외친 노엘은 1999년 케미컬 브라더스의 3집 「Surrender」에 실린 <Let Forever Be>에서 다시 보컬을 맡았다. 파티에서 데모를 건네받은 노엘이 다음날 바로 전화하여 “내가 팝송을 써주겠다”고 얘기한 후문이 있는 이 곡도 영국 차트 Top 10에 올랐다.

1998년은 노엘에게 별로 유쾌한 해가 아니었지만, 존경하는 스톤 로지스(The Stone Roses)의 이안 브라운(Ian Brown)이 발표한 솔로 1집 「Unfinished Monkey Business」에 실린 <Corpses In Their Mouths>에 백 보컬로 참여했다. 같은 해에 영화배우이자 DJ인 골디(Goldie)가 발표한 <Temper Temper>라는 곡에서 기타를 연주한 것은 꽤 실험적이었다. 그리고 2004년, 노엘은 이안 브라운의 4집 「Solarized」에 실린 <Keep What Ya Got>에서 리드기타를 맡으며 변함없는 우정을 과시했다. 「The X Files: Fight The Future」 사운드트랙에 실렸던 노엘의 연주곡 <Teotihuacan>을 재작업해 완성한 곡이라 더 특별했고, 영국 차트 Top 20에 올랐다.

노엘의 콜라보레이션 영역은 꽤 다양했으며 자신이 존경하는 뮤지션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영국 리버풀 출신 밴드 스탠즈(The Stands)의 데뷔작 「All Years Leaving」(2004)에 실린 <Some Weekend Night>에서 기타를 연주하기도 했고, 비교적 최근인 2011년에는 악틱 몽키즈(Arctic Monkeys)의 알렉스 터너(Alex Turner)와 라스트 섀도우 퍼펫츠(The Last Shadow Puppets)란 프로젝트 밴드를 결성했던 마일스 케인(Miles Kane)의 솔로 앨범 「Colour Of The Trap」에 참여했다. 노엘은 <My Fantasy>라는 곡에서 백 보컬을 맡았고, 사운드는 기대 이상으로 매력적이다. 그리고 노엘의 이런 대외활동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마지막으로 돌발 퀴즈 하나.

Q. 노엘 갤러거가 절대 콜라보레이션을 하지 않을 것 같은 인물(그룹)은?
① 데이먼 알반 ② 원 디렉션 ③ 웨인 루니 ④ 리암 갤러거

Collaboration Top 3

The Chemical Brothers – Setting Sun (1996)

chemical<Setting Sun>은 케미컬 브라더스의 2집 「Dig Your Own Hole」(1997) 발매에 앞서 공개된 싱글로 노엘이 보컬을 맡았고, 케미컬 브라더스 최초의 영국 1위곡이 됐다. 글래스톤베리에서 케미컬 브라더스를 만난 노엘은 그들의 사운드에 반해 자신도 보컬 피처링을 할 수 있는지 먼저 물어봤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Proud Mary – The Same Old Blues (2001)
proudmary영국 밴드 프라우드 메리(Proud Mary)의 데뷔작인 「The Same Old Blues」의 프로듀서를 맡은 노엘은 베이스와 기타, 퍼커션은 물론 보컬까지 참여했고, 오아시스의 겜 아처와 앤디 벨(Andy Bell)도 조언자겸 기타리스트로 참여했다. 빈티지한 사운드를 지향한 이 앨범은 영국 인디 차트 9위에 올랐다.

Paul Weller – Echoes Round The Sun (2008)
weller22<Echoes Round The Sun>은 여러 매체의 극찬을 받은 앨범 「22 Dreams」에 실린 곡으로 노엘은 베이스와 피아노, 멜로트론, 오르간을 연주했다. 함께 참여한 겜 아처는 기타와 멜로트론을 맡았다. 특히 이 곡은 폴과 노엘이 함께 완성해 더욱 의미가 깊다.

(글: 윤태호)

응답하라 90년대(1): Grunge & Alternative

최근 국내 문화산업계에서 눈에 띄는 흐름 중 하나가 바로 ’90년대 스타일의 부활’이며, 그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바로 ’90년대 음악에 대한 재조명’이다. 이미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90년대 인기를 얻었던 가요들이 새롭게 조명받았으며, 90년대를 빛냈던 스타들이 다시 음악계로 돌아오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에 필자는 90년대를 빛낸 영미대중음악 음반들을 주제별로 10장씩 선정하는 코너를 기획하였다. 그 시리즈의 첫 번째 순서는 바로 ‘그런지Grunge와 얼터너티브Alternative’ 음악을 대표하는 음반 10선이다.

1. Alice in Chains – Dirt (1992)

: 온 몸을 전율케하는 짜릿한 음악과 지루하기 짝이 없는 음악들 사이의 아찔한 롤러코스터. 첫 곡과 마지막 곡의 엄청난 존재감이 인상적이다.

2. Beck – Mellow Gold (1994)

: “I’m a Loser Baby / So Why Don’t You Kill Me” 90년대를 대표하는 천재 하이브리드 뮤지션의 범상치 않은 데뷔작.

3. Green Day – Dookie (1994)

: 거침없이 달리는 멜로딕 펑크(melodic punk) 음악. 이때만 해도 이들이 이렇게 오랫동안 살아 남아 거물이 될 줄은 몰랐다.

4. Nine Inch Nails – Broken[EP] (1992)

: 폭발적인 분노와 열정, 그리고 차갑고 파괴적인 냉정함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음반.

5. Nirvana – Nevermind (1991)

: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할까? 90년대의 시작을 알린 음반이자 영미대중음악계의 지각변동을 이끌었던 역사적인 작품.


6. Pearl Jam – Ten (1991)

: 최근 회춘한 모습을 선보이고 있는 그런지 최후의 생존자 펄 잼의 데뷔작. 그 대단한 ‘Nevermind’보다 더 많이 팔린 록음반이다.

7. Reality Bites OST (1994)

: 90년대 음악만 담긴 음반은 아니지만, ‘90년대의 얼터너티브 음악이란 무엇인가?’를 단 한 장으로 압축해서 보여주는 모음집이다.

8. Red Hot Chili Peppers – Blood Sugar Sex Magik (1991)

: 시대를 잘못 만났던 80년대 밴드가 90년대에 드디어 만개하다. 록, 랩, 펑크(funk), 팝의 재기 넘치는 결합.

9. Smashing Pumpkins – Siamese Dream (1993)

: 완벽주의자의 광기와 순수한 소년 감수성이 묘하게 뒤섞인 역작. 거친 기타 사운드 뒤에 숨어 있는 달콤한 감성이 인상적인 작품.

10. Soundgarden – Superunknown (1994)

: 70년대 하드록과 80년대 헤비메탈이 90년대 그런지 음악의 옷을 입고 나타나다. 사운드가든 최고의 작품.

※ 10 Honorable Mentions (Top 10에는 없으나 이 흐름을 대표하는 다른 10개의 작품. 역시 ABC 순).

: Bush – Sixteen Stone (1994)
: Collective Soul – Collective Soul (1995)
: Lemonheads – Come on Feel the Lemonheads (1993)
: Nirvana – In Utero (1993)
: Offspring – Smash (1994)
: Pavement – Slanted and Enchanted (1992)
: Pearl Jam – Vitalogy (1994)
: Primus – Sailing the Seas of Cheese (1991)
: Smashing Pumpkins – Mellon Collie and the Infinite Sadness (1995)
: Stone Temple Pilots – Purple (1994)

Original & Covers – Sunshine of Your Love

# 우리에게 친숙한 팝 명곡들의 오리지널의 탄생 배경을 간단히 소개하며, 그와 함께 해당 곡의 다양한 커버 사례들을 소개해 같은 곡이 어떻게 여러 뮤지션들에 의해 다양한 매력으로 재탄생 할 수 있는가를 소개하고자 한다.

Original :

Cream (1968, from [Disraeli Gears])

cream-gears야드버즈(Yardbirds)를 거쳐 존 메이올 앤 블루스 브레이커스(John Mayall & The Blues Breakers)를 통해 그 실력을 인정받은 기타리스트 에릭 클랩튼(Eric Clapton)이 프로그레시브/재즈 퓨전 밴드 그래이험 본드 오거니제이션(The Graham Bond Organisation) 출신의 두 멤버 – 진저 베이커(Ginger Baker, 드럼), 잭 브루스(Jack Bruce, 베이스, 보컬) – 과 결성한 록 밴드 크림은 블루스 록/사이키델릭 록/하드 록이 융합된 사운드로 영국 록 역사상 최고의 트리오로 지금까지 기억되고 있다. 1966년 결성되어 같은 해 [Fresh Cream]을 발표하며 록계에 파란을 일으킨 이들은 밴드 결성 이전부터 서로 사이가 좋지 않았던 잭과 진저의 긴장관계가 역시 문제를 일으키면서 결국 1968년 해체하지만, 이후에도 1993년, 2005년에 각각 재결합 공연을 가지기도 했다. (지난 2014년 10월 25일, 잭 브루스는 71세에 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 곡은 그들의 2집 [Disraeli Gears]의 첫 싱글이자 영국 싱글 차트 25위, 미국 싱글 차트 5위를 기록한 이들의 대표적 명곡이다. 이 곡이 탄생하게 된 계기는 잭과 에릭이 지미 헨드릭스 익스피리언스(The Jimi Hendrix Experience)의 공연을 보고 난 후 집에 돌아와 친구인 작사가 피트 브라운과 이 곡의 주요 리프와 멜로디, 가사를 완성했다고 한다. 여기에 에릭이 후렴 파트의 곡조를 추가해 최종 버전이 완성되었다. 이 곡에서의 진저의 드럼 연주 템포는 아프리칸 드럼 소리에서 착안한 것이라 한다.

& Covers:

1. Jimi Hendrix Ver. – Psychedelic/Guitar Instrumental Ver. (1969/2010, from [Valley of Neptune])
Valleys_Of_Neptune-2010크림의 멤버들과 지미 헨드릭스는 활동 중에도 틈틈이 교류를 했었기 때문에, 지미 역시 이 곡이 자신의 음악에서 영감을 얻어 탄생했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그는 이미 1968~69년 라이브 무대에서 자주 이 곡을 보컬 없이 연주로만 관객에게 들려주었고, 실제로 1969년 2월 16일에 이 곡을 영국 런던의 올림픽 스튜디오에서 스튜디오 버전으로 레코딩을 해놓았다. 그러나 당시에는 이 녹음은 공개되지 않았고, 지난 2010년 미발표 레코딩들을 모은 유작 앨범 속에 담기면서 마침내 세상에 빛을 보았다. 원곡의 에릭의 연주가 매우 절제된 연주를 보여준다면 이 곡에서는 지미의 스타일에 맞게 원곡의 리프 이외에는 상당히 즉흥 연주에 가까운 전개를 보여주며 사이키델릭 록의 분위기를 짙게 풍긴다. 전체적으로 속도감도 훨씬 빠른 편이다.

2. Bobby McFerrin Ver. – Pop/A Capella Ver. (1988, from [Simple Pleasures])
11한국 음악 팬들에게는 1980년대 청춘 영화 ‘칵테일(Cocktail)’의 OST인 ‘Don’t Worry Be Happy’의 히트로 매우 유명했던 재즈-아카펠라 보컬리스트 바비 맥페린은 그 곡이 수록된 1988년 앨범 속에서 ‘Sunshine of Your Love’를 자신의 목소리로만 오버 더빙하여 이 아카펠라 버전을 탄생시켰다. 정말 놀라운 것은 단순히 보컬 파트 뒤의 기본 멜로디 편곡만 아카펠라로 표현해 낸 것이 아니라 에릭 클랩튼이 와와(Wah Wah) 페달을 사용해 만들어냈던 기타의 울림까지 자신의 목소리로 표현해냈다는 것이다. 인간의 목소리가 얼마나 위대한지를 다시금 확인하게 만드는 커버 버전이다.

3. Ella Fitzgerald Ver. – Vocal Jazz Ver. (1969, from [Sunshine of Your Love])
Ella_-_Sunshine_of_Your_Love여성 재즈 보컬의 레전드로 지금까지도 많은 음악 팬들에게 기억되고 있는 엘라 핏제랄드는 이 곡을 자신의 라이브 레코딩을 음반에 담는 것으로 커버했다. 그녀가 1968년 10월에 샌프란시스코 페어몬트(Fairmont)에 있는 베네치안 룸(Venetian Room)이라는 라이브 홀에서의 실황을 독일계 레이블 MPS를 통해 발표한 이 라이브 버전에서 그녀는 단순히 재즈 보컬로서의 매력을 넘어서 거의 소울 보컬에 근접하는 힘과 열정을 실어 노래하고 있다. 특히 고음역에서의 그녀 목소리의 파워는 여성 보컬들이 부른 이 곡의 커버 가운데 가장 매력적이라 생각한다.

4. Earth Crisis Ver. – Metalcore Ver. (From [The Oathe That Keeps Me Free])(1998)

51pH2xrKUaL미국 뉴욕 주 시라큐즈 출신의 메탈 코어 밴드 어스 크라이시스는 원년 멤버이자 베이시스트 칼 부에크너(Karl Buechner)가 중심이 되어 1990년대 초반부터 (중간에 해체기를 거쳤지만) 지금까지 8장의 정규 앨범을 발표한 관록의 밴드다. 이 버전은 정규 앨범이 아니라 그들이 현재까지 발표한 유일한 라이브 앨범 속에 들어있으며, 메틀릭 샤우팅/그로울링 보컬로 치환된 멜로디 라인과 뉴 메틀/하드 코어 특유의 파워가 살려진 편곡, 중반부의 기타 솔로 파트가 인상적이다.

 5. Others Who Covered This Song
사실 대부분의 서양의 하드 록/블루스 록/메틀 밴드들은 이 곡을 한 번쯤은 라이브 무대에서 다 커버할 만큼 유명한 곡이기에 지chilly2금까지 소개한 곡들 외에도 다양한 커버 버전이 존재한다. 그 가운데 개인적으로는 영화 ‘트루 라이즈(True Lies)’에서 OST로 수록되었고, 밴드의 베스트 앨범 속에도 들어있는 흑인 하드 록/메틀 밴드 리빙 컬러(Living Colour)의 버전, 2002년 토토(Toto)가 일종의 커버 앨범 [Through the Looking Glass]에서 연주했던 퓨전과 하드 록의 조화가 빛난 버전, 라틴 재즈 뮤지션 몽고 산타마리아(Mongo Santamaria)가 1970년 [Feelin’ Alright]앨범을 통해 발표한 버전, 그리고 1970년대 말 등장했던 독일의 유로 디스코 밴드 칠리(Chilly)의 디스코 록 버전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