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이후 한동안 제시 웨어(Jessie Ware)의 이미지는 고급스러운 알앤비 창법과 몽환적인 일렉트로니카 사운드로 정리되곤 했다. 디스클로저(Disclosure)와 섭트랙트(SBTRKT)의 일렉트로닉 음악에 목소리를 실은 것도 그렇고, 2012년 데뷔 앨범 [Devotion]의 성향도 그렇고, 여러 모로 제시의 목소리는 컴퓨터 사운드와 공생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제시의 이미지메이킹에 큰 역할을 한 첫 앨범은 프로듀서 데이브 오크무(Dave Okumu)의 기호가 작용한 결과였다. 만약 데이브가 제시의 음악을 덜 주물렀다면 어땠을까? 이에 대한 답이 제시의 두 번째 앨범 [Tough Love]에 그대로 나와 있다.
이 앨범에서 데이브의 역할은 소수의 곡에 한정되어 있다. 그 대신 벤젤(BenZel)이 첫 싱글 “Tough Love”를 감독하고, 싱어송라이터 에드 시런(Ed Sheeran)이 “Say You Love Me”에서, 미구엘(Miguel)이 “You & I (Forever)”에서 작곡자로 참여하는 등 여러 음악인이 제시의 작업에 참여했다. 묘한 일렉트로닉 사운드보다 꾸밈 없는 알앤비, 소울의 비중이 높아졌다. 그 결과 [Devotion]에서 다양한 사운드 효과에 엮여 있던 제시의 목소리가 선명해진 것은 물론 보컬리스트의 이미지가 한층 더 뚜렷해졌다. 음악의 중심이 분위기에서 보컬 사운드로 이동하면서 제시의 존재감도 커졌다. 그런 면에서 이번 두 번째 앨범은 제시의 또 다른 처녀작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음악적인 차이와는 별개로, 사랑의 아픔과 환희를 너무나 잘 아는 듯한 제시의 목소리는 여전히 관능적인 아우라를 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