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lipknot – 5: The Gray Chapter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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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제목에 ‘Gray’가 있다. 미국의 헤비메탈 그룹 슬립낫(Slipknot)의 창단 멤버인 폴 그레이(Paul Gray. 베이스)의 성이다. 2010년 폴의 죽음은 갑작스러운 비보였다. 지난해 조이 조디슨(Joey Jordison. 드럼)까지 빠지면서 슬립낫은 또 한번 휘청거렸다. 정확히 말하면 그렇게 보였다. 그러나 나머지 멤버들은 곧 제자리로 돌아와 제역할을 다했다. 거의 6년 만에 나온 신보이자 다섯 번째 정규 앨범에서 슬립낫은 여전히 대중을 윽박지르고 위협하고 있다. 멤버 명단에 변화가 생기고 공백기가 다소 길어진 것만 빼면 별로 특기할 게 없을 정도다.

그룹의 빈 자리 두 곳을 누가 채웠는가, 그래서 음악에 어떤 변화가 생겼는가, 하는 것이 신보를 둘러싼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는데, 결론적으로 이 질문들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나머지 멤버들이 새로운 공식 멤버를 영입하지 않은 상태에서 신보 작업을 진행해 슬립낫 특유의 성향이 그대로 유지됐기 때문이다. 그저 활동 초기의 파괴력과 [Vol.3 (Subliminal Verses)](2004)부터 부각된 멜로디가 어우러지면서, 그룹의 새로운 걸작이 탄생했을 뿐이다.

구심점은 역시 코리 테일러(Corey Taylor. 보컬)의 목소리다. 다양한 테크닉이 가능한 그의 ‘광대역’ 보컬은 작품의 기승전결을 완성하는 가장 중요한 도구다. 코리의 목소리가 뿜어내는 강력한 카리스마 덕에 모든 수록곡들이 앨범의 하이라이트가 된다. “The Devil In I”의 역동적인 흐름이든, “Custer”의 노골적인 폭력성이든, 모든 감상 포인트가 그의 절창을 통해 선명해진다. 두 멤버들의 공백을 느낄 수 없는 결정적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지금처럼 코리가 건재하는 한, 슬립낫은 계속 ‘무적’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Jessie Ware – Tough Love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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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이후 한동안 제시 웨어(Jessie Ware)의 이미지는 고급스러운 알앤비 창법과 몽환적인 일렉트로니카 사운드로 정리되곤 했다. 디스클로저(Disclosure)와 섭트랙트(SBTRKT)의 일렉트로닉 음악에 목소리를 실은 것도 그렇고, 2012년 데뷔 앨범 [Devotion]의 성향도 그렇고, 여러 모로 제시의 목소리는 컴퓨터 사운드와 공생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제시의 이미지메이킹에 큰 역할을 한 첫 앨범은 프로듀서 데이브 오크무(Dave Okumu)의 기호가 작용한 결과였다. 만약 데이브가 제시의 음악을 덜 주물렀다면 어땠을까? 이에 대한 답이 제시의 두 번째 앨범 [Tough Love]에 그대로 나와 있다.

이 앨범에서 데이브의 역할은 소수의 곡에 한정되어 있다. 그 대신 벤젤(BenZel)이 첫 싱글 “Tough Love”를 감독하고, 싱어송라이터 에드 시런(Ed Sheeran)이 “Say You Love Me”에서, 미구엘(Miguel)이 “You & I (Forever)”에서 작곡자로 참여하는 등 여러 음악인이 제시의 작업에 참여했다. 묘한 일렉트로닉 사운드보다 꾸밈 없는 알앤비, 소울의 비중이 높아졌다. 그 결과 [Devotion]에서 다양한 사운드 효과에 엮여 있던 제시의 목소리가 선명해진 것은 물론 보컬리스트의 이미지가 한층 더 뚜렷해졌다. 음악의 중심이 분위기에서 보컬 사운드로 이동하면서 제시의 존재감도 커졌다. 그런 면에서 이번 두 번째 앨범은 제시의 또 다른 처녀작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음악적인 차이와는 별개로, 사랑의 아픔과 환희를 너무나 잘 아는 듯한 제시의 목소리는 여전히 관능적인 아우라를 발한다.

Jessie J – Sweet Talker (2014)

제시 제이(Jessie J)가 삭발을 하고 새 앨범을 낸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또 새 앨범이 나왔다. 지난 앨범 [Alive](2013)의 미국반을 새로 만들려다가 아예 새 앨범을 만들었다니 뭐 그런가 보다, 싶기도 하지만 [Alive]가 1년 만에 묻힌 거라고 생각하면 분명 아쉬운 구석이 있다. 무엇보다 최근 작업 트렌드에서 1년이라는 시간은 새로운 음악을 고민하고 만들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아니기 때문에, 신보에 대한 기대치는 그만큼 커지기 힘들다.

제시 제이의 세 번째 앨범은 [Alive]의 연장선, 다시 말해 데뷔 앨범 [Who You Are](2011)의 연장선에 있다. 여러 모로 그렇다. 이미 영국의 대표 가수로 자리한 주인공의 가창력과 창법은 물론, 팝의 기조 위에 알앤비와 소울과 힙합을 섞는 스타일도 그대로다. 아리아나 그란데(Ariana Grande), 니키 미나즈(Nicki Minaj)가 함께한 히트 싱글 “Bang Bang”부터 유명 DJ 디플로(Diplo)가 감독한 “Sweet Talker”나 린지 스털링(Lindsey Stirling)의 바이올린 연주가 들어간 “Loud”까지, 대부분의 노래에서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 시장을 염두에 둔 히트 공식을 엿볼 수 있다. 실제로 앨범 발매 직후 대중의 반응은 꽤 쏠쏠했다.

그러나 외부 작곡가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음악적 기시감이 나타난다는 점에서 이 앨범은 또 다른 숙제를 낳는다. 제시에게 바랄 수 있는 음악은 이게 전부일까,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그를 향한, ‘노래 잘하는 가수’ 이상의 기대치는 여전히 높다. 그나마 데뷔 앨범이 나온 지 아직 3년 밖에 안 됐다는 사실이 작은 위안거리가 된다.

Mr. Big 내한공연 : 안타까움과 기쁨이 교차한 감동의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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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2014년 11월 2일(일) 오후 6시

장소: AX-KOREA

미스터 빅이라는 밴드의 탄생은 그 자체만으로 당시에는 화제가 되기에 충분했다. 특히 1980년대부터 록 음악계의 동향에 대해 통달했던 사람들이라면 에릭 마틴(Eric Martin), 폴 길버트(Paul Gilbert), 빌리 시헌(Billy Sheehan), 팻 토피(Pat Torpey)의 결합 그 자체가 ‘슈퍼 밴드의 탄생’임을 직감했었을 것이다. 에릭은 자신의 솔로 밴드로서, 폴은 레이서 엑스(Racer-X)와 카코포니(Cacophony)로서, 빌리는 탈라스(Talas)와 데이빗 리 로스(David Lee Roth)밴드로서, 팻은  80년대 여러 팝스타들의 라이브 세션이자 임펠리테리(Impellitteri)의 [Stand In Line](1988)앨범의 라인업으로 이미 매니아들에게 실력을 인정받은 인물들이었으니까. 마치 하드 록 버전의 아시아(Asia: 1970년대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들의 대표 멤버들이 모여 결성된 1980년대의 슈퍼그룹)라고 표현해도 될 이 쿼텟은 그 기대에 걸맞게 화려한 연주 테크닉 속에 대중적 멜로디 라인도 확실하게 담아내는 ‘중도의 미학’을 선사하며 지난 25여년을 록 씬에서 꾸준히 활동해왔다. 게다가 굳이 하드 록 팬이 아니더라도 1990년대 초반 이들이 발표했던 “To Be With You”나 “Wild World(캣 스티븐스(Cat Stevens)의 커버곡)”과 같은 정갈한 어쿠스틱 록 트랙들은 국내에서 꾸준히 FM전파를 타면서 대중의 사랑을 받았기에 이들의 그간의 내한공연들은 언제나 꾸준한 관객을 동원했고, 적절한 흥행을 기록했었다.

그런데, 이번 내한의 경우는 공연 전부터 많은 미스터 빅의 팬들에게 걱정과 우려의 기운이 맴돌았다. 바로 드러머 팻 토피가 파킨슨 병을 앓고 있고, 과거와 같은 정상적인 드러밍이 어렵다는 올해 7월 발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공연 전부터 이미 공연용 드러머로서 매트 스타(Matt Starr : 근래에는 키스(Kiss) 출신의 기타리스트 에이스 프레리(Ace Frehley)의 밴드 드러머로 활약중)가 투어에 함께 한다는 공지가 나왔고, 팻도 투어에 함께 한다는 소식도 같이 전해졌다. 그렇기에 개인적으로도 과연 팻이 무대 위에서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 지 걱정과 궁금함을 동시에 담은 마음으로  공연장으로 향했다.

한국의 일요일 저녁 공연 시간이 평균 7시 정도임에 비해 (팻이 일찍 휴식과 취침을 하려는 배려인지는 모르나) 1시간이나 일찍 시작시간이 잡혀있어서 정말 허겁지겁 공연장에 도착해보니, 악스 코리아의 내부에는 이제 막 첫 곡이자 이들의 투어에서 변함없는 인트로 송이 되어버린 “Daddy, Brother, Lover & Little Boy”가 연주되고 있었다. 변함없는 폴 길버트의 스피디하고 자유분방한 연주와 과거보다는 고음역에서 조금 힘겨워하지만 대체로 자신의 가창력을 유지하고 있는 에릭 마틴의 목소리, 그리고 이제는 ‘베이스의 도인’다운 풍모와 함께 무시무시한 테크닉을 선사하는 빌리 시헌은 다 그대로였지만, 역시나 드럼 자리에는 팻 대신 매트가 앉아있었다. 매트의 연주는 당연히 훌륭했지만, 팻이 없는 빈자리를 느끼며 공연을 관람한다는 것은 분명히 어딘가 아쉬움과 슬픔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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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초반부 몇 곡을 끝낸 후부터 팻이 무대 위에 등장했다. 그러나 그를 위해 원래 드럼 세트 옆에 작은 미니 드럼 세트가 놓여지고, 그는 주로 탬버린 연주를 하면서 멤버들의 연주와 에릭의 보컬에 화음을 넣고 코러스를 함께 했다. 결국 현재 팻의 건강 상태로는 복잡한 테크닉의 드러밍은 이미 불가능한 상황임을 확인할 수 있었던 셈이지만, 그래도 이렇게 함께 투어를 다니면서 한 밴드의 멤버로서 동료들과 함께하는 의지, 그리고 그를 위해 최선의 배려를 아끼지 않는 나머지 멤버들의 모습은 너무나 기쁘고 감동적인 것이었다. 팻 역시 드러밍에 대한 의지가 여전히 강하기에, 중반의 두 곡 – “Just Take My Heart”, “Fragile”, 그리고 앙코르 시간의 마지막곡이자 그룹 송인 “Mr. Big”에서는 직접 드럼 세트로 올라가 드럼 연주를 보여주는 감동적 장면을 연출했다. (이 곡들의 드럼 연주가 타 곡들에 비해서는 꽤 간단한 리듬이기에 가능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공연의 레퍼토리는 대체로 최근작인 8집 […The Stories We Could Tell]과 2008년 원년 멤버 재결합 후 처음 발표했던 7집 [What If]의 비중이 1/3, 그리고 나머지 과거 대표곡들의 연주가 2/3를 차지했다. 20년간 그들이 쌓아온 주옥같은 레퍼토리들이 계속 연주되었고, 폴과 빌리의 기타-베이스 듀얼은 물론, 각 멤버들의 솔로 연주 시간까지 전체적으로 공연은 매끄럽고 무난하게 흘러갔다. 특히 이들은 라이브에서는 항상 앙코르 시간에 “파트를 바꿔 연주하기” 쇼를 한 곡 보여주는데, 이 날 공연에서는 주다스 프리스트(Judas Priest)의 “Living After Midnight”을 팻이 보컬, 폴이 드럼, 빌리가 기타, 에릭이 베이스를 맡아 연주하며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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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2시간을 꽉 채운 공연 속에서 미스터 빅은 언제나 그들이 보여줄 수 있는 최상의 무대를 펼쳐보여주었다. 오랜만에 다시 1990년대로 되돌아간 기분을 느낄 만한 무대였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도 그랬고, 지금의 마음도 편하지 못한 것은 파킨슨병의 성격상 앞으로 팻의 모습을 보기가 더 어려워 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계속 맴돌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미스터 빅이 계속 활동을 이어간다면 다음 내한공연부터는 팻이 아예 내한하지 못하는 공연을 보게 될 것 같다는 상상을 할 수록 슬픔이 밀려오는 건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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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엑세스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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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 플로이드(Pink Floyd)의 신보 [The Endless River]에 대한 9분짜리 인터뷰 공개

Pink_Floyd_-_The_Endless_River_(Artwork)핑크 플로이드의 20년만의 신보 [The Endless River]의 발매가 오는 11월 10일로 다가온 가운데, 생존한 밴드의 두 멤버인 데이빗 길모어(David Gilmour)와 닉 메이슨(Nick Mason)이 그들의 입으로 직접 신보에 대한 간략한 소개, 그리고 자신들의 밴드에 대한 소회 등을 이야기하는 총 9분짜리 인터뷰를 그들의 공식 유튜브 계정에 공개했다. 이미 언론에 밝혀진 대로 이번 앨범은 고인이 된 릭 라이트(Rick Wright)와 함께 전작 [The Division Bell](1994)를 녹음하던 시절의 세션들을 바탕으로 작업이 이뤄졌다. 그들은 이 인터뷰에서 새 앨범의 음악들 속에는 노래보다는 연주곡들 중심으로 채워져있으며, 실제로 초기 앨범에서 봤을 법한 음악적 아이디어들이 많이 담겨 있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데이빗은 다음과 같이 새 앨범의 성격을 설명하고 있다. “이 앨범은 하나의 컨셉트 앨범이라기보다는 여러 곡들의 컬렉션이며, 유일하게 어떤 ‘컨셉트’가 있다면 그것은 릭과 닉, 그리고 내가 과거 우리가 작업했던 방식 그대로 함께 연주하며 (서로의 아이디어를 한데 모아) 음악을 완성한다는 것, 그것 하나 뿐이다. 이는 우리가 과거에는 늘 그렇게 했었지만 한동안 잊었던 제작 방식이다.”  결국 이번 앨범의 음악은 아무리 릭 라이트가 고인이 되었어도 그들 세 사람의 모든 역량이 골고루 집약된 작품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자세한 내용들은 직접 인터뷰 동영상을 감상하시면서 청취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