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약 10여 년 전인 2000년대 초중반 국내 팝음악팬들 중에서도 세련된 트렌드에 특히 민감한 청자聽者들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던 음악 중 하나가 바로 애시드 재즈/팝Acid Jazz/Pop 음악이었다. 당시 국내 팬들에게 높은 인기를 얻었던 애시드 재즈/팝 밴드로는 “Virtual Insanity”로 유명한 자미로콰이Jamiroquai를 비롯하여 브랜드 뉴 헤비스The Brand New Heavies, 인코그니토Incognito 등이 있었는데, 이 영국 출신의 밴드들과 더불어 노르웨이 출신의 3인조 밴드 디사운드D’Sound 역시 국내에서 많은 사랑을 받은 그룹이다.
2009년 6집 [Starts and Ends]을 발매할 무렵 디사운드는 드러머 킴Kim의 탈퇴로 시모네, 조니Johnny의 2인조로 축소되었던 디사운드는 2013년 다시 트리오로 재결합하였고, 5년 만인 2014년 새로운 정규 앨범인 7집 [Signs]를 발표하였다. 오랫동안 이들의 음악을 듣지 못했던 팬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는데, 더욱 반가운 일은 이들이 2인조 시절의 다소 생경한 사운드에서 벗어나 전성기 시절의 리듬감 넘치면서도 깔끔한 사운드를 재현해냈다는 것이다.
앨범의 문을 여는 곡이자 타이틀 곡인 “Signs”는 2000년대 중반 디사운드의 음악을 사랑했던 사람이라면 첫 10초만 들어도 단번에 ‘바로 이거다!’라는 반가움의 탄성을 지르게 할 정도로 그루브 가득한 청량감 넘치는 사운드를 담고 있다. 담백하고 여성스러운 시모네의 보컬은 데뷔한 지 20년이 지났지만 한결 같은 매력을 담고 있으며, 적절하게 쿵짝거리는 조니와 킴의 리듬감 역시 여전히 흥겹다.
디사운드 특유의 이 ‘흥겨우면서도 간결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곡은 “Signs” 외에도 “Something Real”, “The Girl”, “Lose Control”, “Jennifer”, “Win It” 등이 있다. 특히 인트로 부분을 장식하는 신디사이저 소리와 더불어 베이스의 흥겨운 연주가 귀를 사로잡는 “The Girl”, 이들의 예전 히트곡 “I Just Can’t Wait”를 연상케 하는 “Lose Control”, 도시적인 세련미가 물씬 풍기는 펑키funky한 분위기의 “Win It”은 리듬감 넘치는 곡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최상의 선택이며, “Jennifer”의 경우는 노르웨이의 잘생긴 백인 힙합 뮤지션 리도리도LidoLido와 함께 한 곡으로 이 앨범에서 흑인 음악의 끈적한 색채가 가장 강한 곡이다.
반면 이들의 과거 히트곡 “Do I Need a Reason”으로 대표되는 디사운드의 또 다른 장기인 가볍고 부드러운 미드/슬로우 템포의 팝적인 곡들 역시 앨범의 중요한 한 축을 이룬다. 이 계열의 곡으로는 “Love Like Rain”, “Close to Me”, “Magnet”, “Dreamless Sleep”, “Paying” 등이 있는데, 이 중 조니의 화려한 베이스 연주가 뒤를 받치는 “Magnet”과 알엔비 발라드를 듣는 듯한 분위기의 “Dreamless Sleep”은 감상적인 멜로디 라인과 애절하게 호소하는 듯한 시모네의 보컬이 인상적인 아름다운 곡들이다.
이 앨범에서 디사운드는 5년 만의 신작(3인조 체제로는 9년 만의 신작) 임에도 불구하고 세월의 흐름을 거스르는 듯한 전혀 늙지 않은 듯한 모습의 음악을 들려주며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흥겨움과 따스함, 밝음과 담담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이들의 음악은 언제나처럼 듣는 이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고 있으며, 그러면서도 도시적인 세련미와 쿨함을 간직하고 있는 흔치 않은 음악으로서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참으로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