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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journalist - Magazine 'B.Goode' Contributor / Rock Magazine 'Paranoid' Contributor / 음악취향Y 필자

Aretha Franklin – Sings the Great Diva Classics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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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시대의 원조 디바들의 명성이 서서히 대중들의 기억에서 멀어져 갈 즈음인 1950년대 중반에 아레사 프랭클린은 14세라는 당시 여성 뮤지션으로서는 꽤 어린 나이에 가스펠 가수로 음악 씬에 등장했고, 그 후 1960년대부터는 소울 보컬리스트로 본격적으로 활약하며 주옥같은 명곡들을 히트시키면서 지금 우리가 그녀에게 부르는 ‘소울의 여왕’이란 칭호를 대중에게 부여받았다. 그리고 그 시절부터 현재까지 수십 장의 앨범들을 발표했고, 그 가운데 (빌보드 차트 기준) 총 112곡의 차트 히트 싱글을 만들었다. 특히 그 속에는 77곡의 Hot 100 히트곡들과 17곡의 Top 10 싱글, 그리고 얼마 전 달성한 총 100곡의 R&B 차트 진입과 21번의 R&B 차트 1위 등극이라는 대기록도 포함되어 있다. 한편, 아레사는 1987년 인종을 넘어 여성 뮤지션으로서는 처음으로 로큰롤 명예의 전당(Rock N’ Roll Hall of Fame)에 헌액되는 영예를 얻었으며, 바다 건너 영국의 대중음악 명예의 전당(UK Music Hall of Fame)에도 2005년 그 이름을 올렸다. 롤링스톤(Rolling Stone) 매거진이 발표한 ‘역사상 가장 위대한 100명의 가수들(100 Greatest Singers of All Time)’ 리스트에서 수많은 남성 보컬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하여 음악 팬들을 놀라게 했다.
그녀가 이렇게 대중음악 팬들에게 절대적 지지와 높은 평가를 50년 넘게 받아온 궁극의 이유는 무엇보다 현대 대중음악에서 ‘디바’로서 갖출 모든 덕목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 할 것이다. 어린 시절 가스펠 가창에서부터 체득한 풍부한 성량과 감정을 그대로 음에 싣는 바이브레이션, 그리고 누구의 노래를 부르건 자신의 메시지로 완벽하게 구현하는 풍부한 표현력을 그녀는 갖추고 있으니까. (‘원래 그녀의 최대 히트곡 중 하나인 ‘Respect’는 오티스 레딩이 먼저 녹음하고 부른 곡이었지만, 오티스는 그녀의 커버 버전을 싱글 발표 전에 스튜디오에서 미리 듣고 이제 그 곡은 앞으로 그녀의 노래가 될 것이라 인정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녀의 등장 이후 그녀가 보여준 보컬리스트로서의 장점들은 모두 후배 디바들이 배우고 넘으려 노력해야 할 하나의 모범으로 자리잡았다. 1990년대 중-후반부터 음악 채널 Vh1의 특별 이벤트 ‘Divas Live’ 시리즈 공연의 1998년 첫 무대에서 같이 출연한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 셀린 디옹(Celine Dion), 글로리아 에스테판(Gloria Estefan), 샤니아 트웨인(Shania Twain) 등 기라성같은 후배들의 존경을 받으며 당당히 헤드라이너 무대를 장식했던 장면은 그녀가 미국인들, 아니, 세계인들에게 얼마나 사랑받고 있는가를 보여준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소울의 여왕이 팝계의 대표적 여성 뮤지션들의 명곡들을 자신의 색깔로 커버한 새 앨범
이번 그녀의 RCA로의 이적과 새 앨범의 기획에는 역시 아리스타 시절에 그녀를 이끌었던 프로듀서 클라이브 데이비스의 지원이 큰 바탕이 되었다. 클라이브는 지난 1990년대 말부터 여러 아티스트들과의 기획 앨범을 통해 해당 아티스트들의 인기의 회복은 물론 충실한 상업적 성과를 일궈냈던 전력이 있다. 산타나(Santana)의 성공적 복귀작 [Supernatural](1999)에서 후배 아티스트들과의 콜라보레이션이라는 아이디어를 제공한 장본인이었고, 로드 스튜어트(Rod Stewart)를 자신의 레이블로 데려와서는 [American Songbook]이라는 스탠다드 커버 앨범 시리즈를 기획해 그의 재기를 도왔다. 또한 1970년대 스탠다드 팝의 황제 배리 매닐로우(Barry Manilow)는 그와 함께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의 팝 히트곡 커버 앨범 시리즈를 발표해 인기를 얻기도 했다. 이미 클라이브와 아레사는 아리스타 레이블 시절부터 인연이 있었으니, 이번 기획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진행되었으리라는 것은 분명할 것이다.
이렇게 소울의 여왕과 탁월한 백전 노장 음반 프로듀서의 의기투합으로 발표되는 그녀의 새 앨범 [Aretha Franklin Sings The Greatest Diva Classics]에는 클라이브는 물론 베이비페이스(Babyface), 하비 메이슨 주니어(Harvey Mason Jr.), 그리고 아웃캐스트(Outkast)의 안드레3000(Andre 3000) 등 훌륭한 프로듀서들이 지원군으로 합류해 여왕의 복위를 도왔다. 아레사와 클라이브는 커버하기로 결정한 곡들을 앞에 놓고서 어떤 컨셉으로 편곡하고 노래할 것인가를 협의했다. 클라이브는 아이디어를 내는 쪽이라면, 아레사는 그것을 구체화하여 노래로 표현하는 50년 경력의 능숙한 관록을 스튜디오에서 보여주었다고 한다.
이 음반에 수록된 10곡은 그간 팝 음악을 열심히 들어왔던 음악 팬들이라면 과반수 이상이 친숙한 곡들이기에, 표현 방향에 따라 원곡의 음악적 스타일을 유지하면서 보컬로 변화를 추구하거나 아예 편곡 자체에 장르 변화를 주어서 신선함을 주려 했음을 느낄 수 있다.

1. At Last (Original: Etta James)
원래 이 곡은 1941년 마크 고든(Mack Gordon)과 해리 워렌(Harry Warren)이 뮤지컬 [Orchestra Wives]를 위해 만든 곡으로, 당시에는 뮤지컬 배우들과 글렌 밀러(Glenn Miller)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처음 알려졌으나 이 곡을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러브송 스탠다드로 만든 목소리는 1960년에 이 곡을 발표한 블루스 여성 싱어 에타 제임스였다. 아레사는 선배에 대한 예우(?)를 지키기 위함인지 이 곡에서는 철저히 재즈 스탠다드의 공식에 맞춘 편곡 위에서 자신의 스타일에 맞게 여유롭고 소울풀한 바이브레이션을 들려준다. 워낙 많은 여성 보컬들이 이 곡을 커버했지만, 아레사는 역시 그녀다운 보컬의 매력을 잘 심어놓았다고 생각한다.

 

2. Rolling in the Deep (The Aretha Version) (Original: Adele) (+ with ‘Ain’t No Mountain High Enough’)
약관의 나이에 영국 팝 시장을 발칵 뒤집어놓은 여성 싱어송라이터 아델(Adele)은 2집 [21](2010)의 첫 싱글인 이 곡을 통해 전세계적 스타덤과 함께 그래미 3개 부문 수상이라는 영예를 얻었다. 아레사는 이번 음반을 발표하기 전 지난 9월 29일, 미국의 유명 토크쇼 [Late Night with David Letterman]에 출연해 이 곡의 무대를 선보였고, 현재 이 동영상은 유튜브에서 130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중이다. 소울/블루스/루츠에 뿌리를 두고 만들어진 이 곡을 그녀는 원곡의 편곡에 기반해 조금 더 가스펠적인 기운을 추가했다. 아델의 원곡도 충분히 아름답지만, 백전 노장의 목소리로 듣는 이 곡의 감흥은 정말 남다르다.

3. Midnight Train to Georgia (Original: Gladys Knight and the Pips)
1970년대를 풍미했던 여성 소울 보컬리스트 글래디스 나이트와 그녀의 밴드 더 핍스의 1973년 넘버 원 싱글. 다음 해 그래미 시상식에서 이 곡은 최우수 R&B 듀오 & 그룹 퍼포먼스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편곡의 형태에서는 큰 변화를 담진 않았기에, 글래디스 나이트의 굵지만 부드러운 보컬 톤의 원곡과 아레사의 고음역으로 올라갈수록 카랑카랑하게 울리는 보컬 톤을 비교하면서 두 곡을 함께 들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4. I Will Survive (The Aretha Version) (Original: Gloria Gaynor) (+ with Destiny’s Child ‘Survivor’)
디스코 시대의 대표적 히트 가수 글로리아 게이너가 1978년 발표한 이 곡은 발표 1년 후에 미국과 영국 차트를 석권했던 디스코 시대의 송가와도 같은 곡이다. 국내에는 1990년대에 록 밴드 케이크(Cake)의 라틴풍 커버 버전으로, 영화 ‘프리실라’(The Adventures Of Priscilla)’의 OST로, 또한 국내 가수 진주의 커버곡 ‘난 괜찮아’ 등으로 매우 익숙한 곡이기도 하다. 디스코 편곡의 기조를 지키면서도 좀 더 모던한 댄스 팝의 분위기를 담았고, 아레사는 더욱 격정적이고 소울풀한 호소력을 담아 노래하고 있다. 브릿지 부분에서 잠시 비욘세(Beyonce)가 몸담았던 그룹 데스티니스 차일드(Destiny’s Child)의 히트곡 ‘Survivor’를 첨가해 노래하는 센스도 돋보이는 곡.

5. People (Original: Barbra Streisand)
최근 그녀보다 앞서 듀엣 앨범 [Partners]를 공개해 빌보드 앨범 차트 정상을 탈환했던 백인 스탠다드 팝의 여왕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의 대표곡이자 뮤지컬이자 영화 ‘퍼니 걸(Funny Girl)’의 삽입곡으로 대히트를 거둔 곡. 단아하지만 강한 호소력을 가졌던 스탠다드 발라드를 아레사는 창법 면에서는 오히려 가스펠적인 느낌과 스탠다드 재즈의 창법을 잘 섞어 바브라의 스타일과는 확연히 다른 호소력을 끌어내고 있다. 나중에 두 아티스트가 한 번 이 곡을 듀엣을 시도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버전.

6. No One (Original: Alicia Keys)
2000년대 초반 데뷔 앨범 [Songs in A Minor](2001)를 통해 고전 시대의 소울 감각을 어린 나이임에도 능숙하게 계승해내며 혜성같이 등장했던 알리시아 키스가 3집 [As I Am](2007)을 통해 발표했던 싱글로 어번/힙합 리듬과 피아노 소울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뤄 대히트를 거뒀던 곡이다. 이번 앨범에서 아레사와 클라이브는 이 곡을 완전히 레게 리듬으로 재편곡하여 새로운 느낌으로 변화시켰다. 레게 스타일의 곡을 별로 노래해보지 않았던 아레사가 예상 이상으로 잘 소화하고 있어 더 매력적이다. 이번 앨범에서 가장 창의적인 커버이자 젊은 세대에게도 아레사 프랭클린을 제대로 알려주기에 참 좋은 트랙이라 생각한다.

7. I’m Every Woman (Original: Chaka Khan) (+Respect)
국내 팬들에게는 사실 샤카 칸의 흑인음악 씬에서의 존재감은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았지만, 실제로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 그녀는 훵크 밴드 루퍼스(Rufus)의 보컬로 출발해 소로 활동에 이르기까지 훵키 디스코 소울 씬을 대표했던 여성 보컬 중 한 명이었다. 이 곡은 그녀가 1978년 앨범 [Chaka]에서 싱글로 발표해 빌보드 R&B 싱글 차트 1위를 기록했던 곡이며, 1990년대에는 영화 ‘보디가드’ OST에서 고(故) 휘트니 휴스턴(Whitney Houston)이 커버해 히트를 거두기도 했다. 곡 자체의 편곡은 휘트니의 버전이 연상되게 흡사하나, 그녀는 이 곡을 거의 라이브 무대에서 부르듯 편안한 애드립을 구사하며 리듬을 타는 보컬을 선사한다.

8. Teach Me Tonight (Original: Dinah Washington)
사실 이 곡은 1953년 새미 칸(Sammy Cahn), 진 드 폴(Gene De Paul) 작곡으로 완성된 스탠다드 재즈 넘버로 현재까지 수십 명의 아티스트들이 커버했지만, 그 가운데 1954년 여성 재즈-가스펠 싱어 디나 워싱턴이 녹음한 버전이 미국인들에게는 거의 오리지널 대접을 받고 있다. (그녀는 이 싱글로 1999년 그래미 명예의 전당(Grammy Hall of Fame)에 헌정된 바 있다.) 아레사 역시 이 곡에서는 원곡의 분위기를 그대로 유지하는 쪽을 택했다. 디나의 버전보다 조성이 낮게 설정이 되어 있어서 다른 곡에서보다 그녀의 중저음 보컬의 매력을 한껏 맛볼 수 있다.

9. You Keep Me Hangin’ On (Original: Diana Ross & The Supremes)
1960년대 모타운이 배출한 대표적 여성 보컬리스트인 다이애나 로스(Diana Ross)가 소속되어 있었고 뮤지컬과 영화로 만들어진 ‘드림걸스(Dreamgirls)’의 스토리 레퍼런스가 되었던 여성 트리오 슈프림스의 1966년 싱글. 이후 [The Supremes Sing Holland–Dozier–Holland](1967)앨범에도 실렸다. 원곡은 대중적인 R&B 분위기의 트랙으로 빌보드 Hot 100과 R&B 싱글 차트를 동시에 석권했고 이후 바닐라 퍼지(Vanilla Fudge) 등 여러 아티스트들이 이 곡을 커버해 싱글로 발표했다. (그 가운데 1987년에 킴 와일드(Kim Wilde)의 버전은 1위를 차지했었다.) 아레사의 커버 버전은 좀 더 디스코 리듬에 가까운 편곡 위에서 원곡의 보컬 스타일을 따라가면서 가스펠 보컬 특유의 애드립을 추가했다.

10. Nothing Compares 2 U (Original: The Family / Sinead O’Connor)
활동 초기에는 팝계에서 가장 반항적인 이미지의 여성 싱어송라이터로 때로는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던 아일랜드 출신의 뮤지션 시네이드 오코너의 대표적 히트 싱글로, 프린스(Prince)가 작곡을 해 준 것으로도 당시에는 화제를 모았다. 물론 프린스는 1985년에 더 패밀리(The Family)라는 그룹에게 이 곡을 준 적이 있지만, 1989년 발표된 시네이드의 버전이 4주간 빌보드 Hot 100 1위를 기록한 것과 함께 대히트를 거두면서 세계의 많은 음악 팬들에겐 오리지널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아레사는 원곡의 분위기를 전혀 느낄 수 없을 만큼 재지한 그루브가 넘치는 스윙 넘버로 곡을 새롭게 구성했고, 그녀의 보컬 역시 재즈적 분위기에 충실히 맞추는 변신을 보여준다. 그녀 특유의 스캣 보컬을 들을 수 있는 것도 이 곡의 큰 매력이다. 앨범의 대미를 장식하는 백미.